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다니고 있는 노코노코노노입니다.
아무래도 이 게시글을 찾아오셨다면 문창과 입시생이거나, 입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시겠죠?
저 역시 입시생 시절에 어마어마하게 검색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도대체 어떤 글을 써야 붙는가?
이것이었죠.
저는 모 학원에서 2년, 이후 독학으로 1년. 총 3년의 기간 동안 입시생이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문창과의 실기 하루 전날, 설렘과 불안감에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던 시간 내내 이번에도 떨어지면 그만둬야겠다, 하고 자포자기했던 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조용히 실기를 보고 와서 포기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본 저는 1차에 붙었지만, 자신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요. 한겨울 추위에 목도리로 온 몸을 싸맨 채 '내가 무슨 질문에 어떻게 답했더라, 망한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힘없이 돌아왔으니까요. 저는 제가 합격할 줄 몰랐고 합격을 하고서도 실감이 안 나고 왠지 부끄러워 기뻐하지도 못했습니다.
문예창작과 학생이 되고, 수업을 듣고, 열댓 편의 단편을 쓰고 고치면서 종종 입시생 시절의 저를 떠올립니다. 항상 자신감이 없어서 먼저 문창과를 다니게 된 친구들을 질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얼마나 멋진 글을 쓴 것일까?? 마음 속으로만 지레짐작할 뿐이었죠. 저 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그런 시간을 겪었습니다.
이제 입시생이 아니게 된 지도 나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 친구들은 전부 문예창작과에 다니거나 졸업을 했습니다. 분명 입시생일 때는 우리 모두가 문창과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예요. 먼저 입학한 친구들이 애써서 학교 이야길 피하고 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글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입시 시절을 회상하면서 모두가 동의하는 생각이 있어요.
"입시소설 진짜 별 거 아니었는데. 그때 우리는 너무 엄청난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분명 작년까지 입시생이었던 이들이 문창과에 붙자마자 과외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죠. 그들은 뭘까요? 그냥 뭘 모르는 입시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일까요? 한두 번의 합격 경험 가지고 입시소설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착각한, 올챙이 적을 전부 잊어버린 개구리 같은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정말로
지나고 보니
입시소설은 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혹은 우리가 입시소설의 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입시소설이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기본적인 것인지 대학생활을 하며 깨닫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시제에 맞는 글쓰기를 한다-가 실기의 조건이죠. 입시생일 때에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급급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당장 저도, 제 친구들도 그랬으니까요.
시간 내에 글자수만 다 채워서 쓰면, 혹은 시제를 잘 운용한 것 같으면 그래도 1차는 붙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다들 그 두 가지에만 너무 집중했죠.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조건에 맞는 글을 쓰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제 동기들에게 너는 무슨 글을 써서 붙었니, 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글 내내 이야기 없이 묘사만 한 경우도 있었고, 시제를 아예 있는 그대로 갖다 쓴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글들이 붙었을까요? 천재라서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의 글이 소설 같았기 때문입니다.
입시에서 콩트, 혹은 엽편, 짧은 소설 등으로 불리우는 분량의 글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무엇이 '글'을 '소설'로서 기능하게 하는지를 얼마나 이해하고, 시도하는가?
를 판단하기에 알맞기 때문입니다.
합격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글은 '천재성을 드러내는 명작' 이 아닙니다.
그저 '소설다운 소설'이면 충분합니다.
심지어는 '소설다운 소설 같으려고 노력하는 글' 이면 충분합니다.
그 어떤 누구도 입시생들에게 '작가'퀄리티의 글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입시생으로서의 '소설 이해'를 요구할 뿐입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학원에서의 2년, 독학의 1년으로 총 3년의 입시 (정확히는 고2때부터 시작했으니 입시생으로서는 2년입니다)기간을 거쳤습니다. 학원에서 저는 아주 열등생이었습니다. 습작이 칭찬받은 적이 없었던 학생이었으니까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문예창작과 학생이 되었습니다.
문예창작과 입시는 절대 재능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저 꾸준함이 필요합니다.